이름:지니
2002/8/31(토) 04:36
|
월드컵이후,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의식변화
보수층, 한국저력인정...우익세력 위기감속 본격활동
'한-일 월드컵 개최 이후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또한 얼마만큼 달라졌나?'
최근 한국 매스컴으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월드컵 기간 중 KBS라디오의 생방송에서 매일 10분씩, 일본인들의 동향을 리포터하면서 수도 없이 했던 말.
"일본인들 많이 변했어요."
그런데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의식변화가 아직도 많이 궁금한 모양이다. 특히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각 매스컴에서 특집을 기획하면서, 약방의 감초처럼 빼놓지 않고 다루었던 것이 바로 일본인들의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인식변화였다.
그 때마다 한국 매스컴을 상대로 내가 했던 말은 대략 이런 것이었다.
"월드컵을 계기로 확실히 일본인들이 많이 변했다. 우선 일본인들의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따뜻해졌다. 특히 우리의 식민지세대, 즉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세대인 7,80대 일본 노인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확 달라졌다.
그들은 한국, 한국인에 대해서 과거역사에 대한 그 어떤 채무감 같은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 과거 추궁이랄까? 그래서 그들은 애써 한국인과 연결되는 것을 싫어했고, 가급적이면 그런 기회조차 오는 것을 극도로 피해왔다.
이랬던 일본의 장년 보수 층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인의 저력을 인정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들의 마음 속에서 종전 이후, 한국인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한 획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전에는 한국인만 보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써 시선을 피하던 그들이었는데, 월드컵 이 후에는 놀랍게도 한국인만 보면 그들이 먼저 말을 걸어 왔다. 그래서는 '아, 한국인들 대단해요, 4강에 오른 것하며 일사불란하게 응원전을 펼치는 것, 우리 일본인들은 못 따라가요. 특히 한국의 젊은 친구들, 정말 한국의 미래가 밝아요. 하지만 우리 일본 젊은이들은 그런 패기도 목적의식도 희박해요. 희망은 오직 한국 젊은이들만이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일본노인들로부터 처음 이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사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아마도 월드컵 이 후 일본인들의 가장 큰 변화라면 바로 이 같은 보수 층들의 한국인들에 대한 의식변화일 것이다. 지금도 많은 일본인들이 월드컵 때의 한국인들을 얘기한다.
이 같은 나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일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7월 10일자 조선일보와 마이니치신문과의 한일 양국 공동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인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있다라는 일본인이 무려 77%나 돼 일본인들의 의식변화를 실감나게 했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결과였다. 지난 1월 말만 해도 52%에 불과했고, 95년에는 38%에 지나지 않았다.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본인들의 의식변화였다.
그래서 작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하게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며 한국인들의 신경을 박박 긁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이나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지사도 올해에는 철저하게 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본의 우익세력들. 주로 지식인들이다.
때문에 요즘 일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본 보수 층들의 의식변화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한국을 비토하는 그룹인 우익세력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동해'와 '일본해'의 해역 명칭, '독도'와 '다케시마'의 국립공원 지정문제를 가지고 우익세력들은 전국을 돌며 반한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고, 그 한편으로는 지방의 공립중학교에서 '새로운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기술한 교과서가 최초로 채택되었다.
또한 일제 식민지 통치는 당시 조선인들이 간절히 원하던 것이었고, 여우같은 민비를 암살한 것은 너무도 잘한 짓이었다라고 일본을 격찬한 김 원섭이 쓴 '친일파를 위한 변명'은 이번 주 전국 베스트 셀러 10위에 오르며 30만 부가 팔리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두 우익세력들의 사활을 건 반한 운동의 결과다.
한일관계는 늘 잘 되어간다 싶으면 꼭 재를 뿌리는 인물들이 있다. 그래서 한일관계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한국인에게 한 수 밀린다, 즉 월드컵을 통해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느꼈던 상당수의 일본인들'이, 우익세력들의 주장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모처럼 형성된 한일 간의 우호관계에 진한 먹구름을 던져 주고 있다. (출처 : 스포츠조선)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