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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지니
2012/11/12(월) 03:49
가나자와 사토시의 <지능의 사생활>에서...  

첫인상, 첫 키스, 첫 경험, 첫 투표. 첫 번째의 각인효과는 정말 크다.

책 제목에 유난히 많이 들어가는 세 글자 단어가 있다. 하나는 '콘서트'이고 다른 하나는 '사생활'이다. 둘 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많이 쓰일 게다. 내 기억에 '콘서트'는 2001년에 처음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왔던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어크로스 펴냄)에서 처음 쓰였다. 이때의 인상이 얼마나 좋았는지 '콘서트'라는 이름만 들어가도 책에 신뢰가 갔다. 심지어 <창조과학 콘서트>(이재만 지음, 두란노 펴냄) 같은 책마저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다.

이와 달리 '사생활'은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모택동의 사생활>(리즈수이 지음, 손풍삼 옮김, 고려원 펴냄) 때문이다. 마오쩌둥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책이었다.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오쩌둥이 단숨에 영국을 따라잡겠다고 무모한 대약진 운동을 감행하다 노동력 부족으로 수천만 인민을 비참하게 굶어죽게 만들었으며 또 다른 수천만을 숙청, 즉 살해했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철저한 반마오주의자가 거의 될 뻔 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마오쩌둥이 500명의 여자들과 그룹섹스를 즐기다가 성병에 걸려 죽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기억이 정확한지는 자신하지 못하지만 하여간 그런 이야기를 읽었다.

그때부터 '사생활'이란 제목의 책은 일단 무시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때 생긴 편견으로 말미암아 <식물의 사생활>(데이비드 애튼보로 지음, 과학세대 옮김, 까치글방 펴냄)과 <동물의 사생활>(존 스파크스 지음, 김동광 외 옮김, 까치글방 펴냄)까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

그런데 <지능의 사생활>(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김영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이란 책이 나왔다. 제목은 전혀 구미에 당기지 않았으나, 저자가 진화심리학자 가나자와 사토시다.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원제는 'The Intelligence Paradox' 아닌가! 그리하여 '사생활'을 머리에서 지우고 읽어나가기로 했다. (사실 본문에 '사생활'이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1부 제목에 한 번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삐딱한 시선을 거두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의 주장은 뚜렷하다. (1)인종에 따라 지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2)하지만 지능은 인간가치와 동일하지 않다. 가나자와 사토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두 가지가 아니다. 그가 정작 알려주려는 것은 이것이다. (3)지능은 사람들의 선호와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다.

▲ <지능의 사생활>(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김영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웅진지식하우스
가나자와 사토시는 정치적 성향, 종교, 연애, 아침잠, 동성애, 음악, 술과 담배, 마약과 범죄, 아이의 수에 미치는 IQ의 영향을 도시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설명이 얼마나 도식적인지 약 150페이지에 펼쳐진 그의 주장을 A4 용지 한 장 위에 단 한 개의 순서도로 그릴 수 있을 정도다. '도식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 긍정적으로 쓰고 있다. 그만큼 일관된 논리로 설명가능하며 과학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간단한 설명을 하기 위해 그는 80페이지에 걸쳐서 도식의 원칙을 설명한다. 원칙은 진화이론에서 시작한다.

진화는 오랜 과정에 걸쳐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더 성공적으로 번식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제거함으로써,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도록 했다.

진화이론의 파생학문인 진화심리학에는 네 가지 원칙이 있다. (1)인간은 동물이다. (2)인간의 뇌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인간 뇌의 기능은 우리가 성공적으로 살아남아 번식하도록 돕기 위해 적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3)인간 본성은 타고난다. (4)인간 행동은 타고난 본성과 환경의 산물이다.

기본적으로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진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일단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피해야 할 두 가지 논리적 오류다. 첫째, '……이다'라는 사실 판단을 '……해야 한다'는 윤리 판단으로 비약하는 자연주의적 오류다. 예를 들어 "다양한 인간 집단은 유전적으로 다르고 타고난 능력과 재능이 다르므로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는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둘째, 반대로 윤리 판단을 사실 판단으로 비약하는 도덕주의적 오류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므로 인간 집단 사이에 타고난 유전적 차이는 없다"라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음~, 나는 도덕주의적 오류를 자주 범하고 있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 판단에 따르면 <프레시안> 독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가나자와 사토시는 대다수 학자들은 자연주의적 오류는 저지르지 않지만 도덕주의적 오류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고 한다. 동감한다.

두 가지 오류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사실만 이야기 하면 된다. 뒤에 펼쳐질 책 내용에는 불편한 것들이 많다. 저자는 "진리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면, 그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게 과학자로서 우리가 할 일이다."라고 말한다.

하나만 기억하자. 우리의 뇌를 포함한 신체는 '약 1만 년 전' 환경에 적응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1만 년의 폭발: 문명은 어떻게 인류 진화를 가속화시켰는가>(그레고리 코크란·헨리 하펜딩 지음, 김명주 옮김, 글항아리 펴냄)를 강추한다.) 우리는 적응했는데, 적응한 환경이 최근의 환경조건이 아니라 1만 년 전의 환경조건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 뇌는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는 없었던 존재들과 상황들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저자는 이것을 '사바나 원칙'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보자. 바나나는 무슨 색일까? 노란색이다. 햇빛에서나 달빛에서나, 눈이 보나 비가 오나, 동틀 무렵이나 해질 무렵이나 바나나는 노란색이다. 실제로는 환경에 따라 바나나 표면이 반사하는 빛이 다르므로 우리 눈에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우리 뇌는 언제나 노란색으로 받아들인다. 인간의 눈과 색 인지 체계는 인간의 시각 체계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므로 다양한 조건들을 보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차장의 나트륨등 아래에서는 자연스러운 노란색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한다. 시각 체계가 진화할 무렵에 조상들이 살던 환경에는 나트륨등이 없었기 때문이다. 띠라서 나트륨등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는 데 우리 뇌는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지능은 진화의 과정에 발생했다. 반복되지 않는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특수한 심리 기제로서 일반지능이라는 것이 진화했다. 지능은 오래되고 반복적인 상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화적으로 새로운 문제의 경우에만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지능이 낮은 사람보다 잘 해결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나머지는 도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조상의 환경에 없던 것이다 → 지능이 높은 사람이 취할 경향이다

(1) 진보주의 : 진보주의란 만난 적이 없거나 만날 가능성이 없는 낯선 사람들과 자원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지능이 낮은 사람은 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다. 지능이 높을수록 진보주의에 서게 된다.

(2) 무신론 : 신을 믿는 것은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며(여기에 대해서는 <신의 이름으로 : 종교 폭력의 진화적 기원>(존 티한 지음, 박희태 옮김, 이음 펴냄)이 좋다)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무신론자가 된다.

(3) 바람 : 일부일처제와 같은 성적 배타성은 남성들에게는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남성은 지능이 낮은 남성보다 단 한 명의 성교 상대와 헌신적인 관계를 갖는 배타성을 소중히 여긴다.

(4) 올빼미형 : 어두워진 후 활동을 계속하고 계획하는 '밤 생활'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지능이 낮은 사람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밤에 늦게 잠자리에 드는 야행성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5) 동성애 : 인간은 다른 모든 종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가 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번식에 불리하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보다 동성애자가 될 확률이 높다.

(6) 클래식음악 : 클래식 음악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음악의 진화에 관한 이론을 제시한 스미트 미슨의 <노래하는 네안데르탈인>(김명주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은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7) 술, 담배, 마약 : 진화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8) 범죄 : 살인, 폭행, 강도, 절도 같은 범죄는 진화적으로 볼 때 자원과 짝짓기를 놓고 벌이는 남자들의 일상적인 경쟁수단이었다.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이었다. 따라서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쉽게 범한다. 게다가 이들은 교도소, CCTV, 지문채취, DNA 검사 같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 그들은 새로운 기술과 법과 제도가 강제되는 결과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진화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범죄, 예를 들어 수표위조, 내부자 거래, 횡령 같은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9) 번식 :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진화가 인간에게 설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는 분명히 자식을 남기지 않은 조상들의 후예가 아니라, 과도한 번식 성공률을 쟁취한 사람들의 후손이다) 따라서 지능이 높은 여성들은 자식 수가 적다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저자는 이렇게 단순하게 서술하지 않았다. 각 경우마다 다른 변인들이 있으며, 각 변인들을 제거하면 어떻게 되는지 근거를 제시한다. 그래프까지 그려가면서! 또 영국과 미국의 결과 차이를 소상히 설명하면서 자기 이론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다. 그래서 신뢰가 간다.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 진화심리학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을 선사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곧 다가올 대통령선거의 전략에도 도움이 될 텐데, 각 캠프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느 후보가 떨어질지는 확실하다. 궁금하신가? 500원을 내셔도 소용없다. 나는 공무원이다. 말씀 못 드린다. 진화심리학을 읽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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