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지니
2011/5/2(월)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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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후 성장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기사가 더 이상 충격적인 일이 아닐 정도로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한 상태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와 인식의 부족으로 심리학자에게 상담을 받는 일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위 ‘정신병자’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감수해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지인에게 상담을 권유하는 일은 관계를 크게 해치게 되는 일도 왕왕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의 이면에는 ‘자신의 마음은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신화와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집단주의’ 문화가 있습니다. 물론 심리학자들이 대중들에게 심리학과 심리적 서비스를 널리 소개하고 올바른 인식을 심으려는 노력의 부재도 한 몫을 합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심리학자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생각보다 느린 변화, 일시적인 명현(瞑眩, 한의학에서 나온 용어로 완쾌 이전에 일시적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현상), 그리고 비용에 대한 부담 등 다양한 이유로 상담을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하여 심리학자는 내담자들이 상담에 대하여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더 나아가 마음 변화의 가치와 필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 건강한 마음에 대하여 ≪
건강한 마음과 아픈 마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여러 심리학자들이 정신장애와 심리적 건강에 대하여 많은 이론을 펼치고 있습니다만, 그들의 주장과 이론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유연성(flexibility)입니다.
모든 정신장애의 공통된 특징은 유연성의 결여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 기존의 대인관계 패턴을 반복합니다. 그 결과가 부정적이고 파괴적일지라도 그렇게 합니다.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거부하는 경직성이 그 특징입니다. 반면 심리학자들이 공통되게 말하는 건강한 마음의 특징은 유연성입니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며,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입니다. 또한 생산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창조성이야 말로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유연성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는 건강한 마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연성과 유사한 개념이 여럿 있습니다. 한 가지는 탄력성(resilience)입니다. 탄력성이란 절망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내적인 힘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힘에 탄력성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외부의 충격을 흡수하여 그것을 이용하는 것 핵심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가지와 잎이 무성한 큰 나무는 비바람에 뿌리마저 뽑히지만, 유연성이 있는 대나무는 웬만한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감당하기 힘든 비바람이 불어오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큰 상처와 충격을 주는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불안장애를 겪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 PTSD)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외상을 경험을 한 모든 사람들이 불안장애를 겪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를 통하여 자신의 삶과 주변 인간관계에서 한 단계 성장하고 성숙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심리학자들은 외상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 PTG)라고 합니다. 외상을 통하여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과 성장을 경험하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여러 연구 결과는 몇 가지 차이점을 밝혔는데, 그 중에 한 가지는 경험을 통하여 배우려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마음 자세의 여부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성장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지발달 이론으로 유명한 삐아제(Jean Piaget)는 일찍이 사람의 마음과 정신(도식)도 유기체처럼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적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새로운 경험이 기존의 도식과 맞는다면 그 경험을 도식으로 동화(assimilation)시키고, 경험이 도식과 맞지 않다면 도식을 바꾸는 조절(accommodation)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의 연구대상은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외부의 경험을 통하여 지식을 발전시키는데 뛰어나며, 더 나아가 변화하는 세상에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떤가요? 많은 어른들은 자신의 도식과 생각을 기준으로 경험을 걸러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죠. 배우려고 하기 보다는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가 어렵고, 더 나아가 심리적 불편감을 겪는 일이 훨씬 많아지게 됩니다. 간혹 어른들 중에서도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가는 이들이 경험에 대하여 가지는 태도를 보면 아이들의 그것과 비슷함을 할 수 있습니다.
경험에 대하여 열려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은 실제로 뇌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어린 아이들일 수록 뇌가 유연하여, 새로운 경험에 대하여 쉽게 반응하기도 하는데 이를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합니다. 가소성이란 개념은 뇌의 일부 기능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영역이 그 기능을 보완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꼭 문제가 생겼을 때에만 해당하는 아닙니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은 이러한 가소성이라는 개념을 집중력과 학습능력의 향상 등에도 적용하면서 정상아동의 두뇌발달과 연관시킵니다. 가소성의 또 다른 영어 표현이 flexibility, changeability임을 생각할 때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본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바는 마음의 유연성입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하여 열려 있는 마음은 심리적 불편감에 대하여 견딜 수 있는 힘을 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는 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새로운 모습과 잠재력을 발견하도록 하여, 변화와 성장을 도모하게 할 것입니다.
≫ 실험과 경험이란? ≪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심리적 유연성을 가지기 위한 구체적 방법은 바로 실험(experiment)과 경험(experience)입니다. 실험이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방법이나 형식을 시도한다는 의미입니다. 과학자들에게도 그렇고, 일반인들에게도 그렇습니다. 이미 밝혀지거나 알고 있는 것에 실험이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실험이 일상적이지 않다면, 경험은 일상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미 알려진 것이나 확실한 것을 직접 체험한다는 의미입니다.
실험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보다 과학자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험이 자신의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 실패도 성공을 위한 거울과 발판으로 삼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이 실패가 두려워서 이전에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 즉 실험을 하지 않는다면 그는 과학자가 아닐 것입니다. 실패경험은 교훈을 삼아 수정하고, 성공경험은 더욱 발전시키게 되면 결국 하나의 이론, 즉 일반인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론과 사실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론과 사실은 검증된 것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일상적 경험의 단계로 넘어 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실험과 경험의 어원(영어)이 같다는 것입니다. 바로 experiri입니다. 이 단어는 ‘~로부터(out of)’의 의미인 ex라는 접두사와 ‘시도(trial)’라는 의미인 peritus라는 단어로 분해할 수 있어서 그 의미는 ‘어떤 시도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이 단어로부터 라틴어의 experimentum과 experientia가 만들어 졌고, 현재의 영어로 발전했습니다. 두 라틴어가 같은 어원에서 시작되었지만, 약간의 의미 차이는 있습니다. 전자는 “a trial(시도), test(시험)”이고, 후자는 “반복된 시도로 얻게 된 지식(knowledge gained by repeated trials)”입니다. 다시 말해 경험이란 실험을 반복함으로 얻게 된 지식, 그래서 확실한 사실로 입증된 지식이라면, 실험이란 경험을 위한 반복된 시도이자 모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심리적 유연성을 키우는 방법은 평소에 하지 않는 것을 실험적으로 시도해 보고, 더 나아가 이것이 일상적인 경험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다중지능의 창시자인 가드너(Howard Gardner)는 사람의 지능을 8가지로 구분하면서 자신의 강점 지능과 약점 지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강점을 발전시켜서 자신의 재능으로 삼아야 하고, 약점 또한 끊임없는 노력과 연습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는 약점인 것 같지만, 사실 그 동안 계발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란 주어진 환경에 필요한 부분만을 발전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죠. 가드너는 이를 근육에 비유했습니다. 안 쓰던 근육이라도 의도적으로 사용하다보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죠. 결국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심리적인 유연성을 키워서 불편한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하며, 외부의 충격에 대해서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함으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 발전시키는 자기실현과 성장도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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