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ngbi 시와 이야기http://www.sarangbi.co.kr/sarang/image/userimage/http://www.sarangbi.co.kr/sarang/image/userimage/

 

 자작시와 추천시 그리고 님들의 자작시를 올리는 공간이랍니다.


이름:지니
2009/7/4(토) 02:39
이름뒤에 숨은 것들  



최광임


그러므로 너와의 만남에는 목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헤어짐에도 제목이 없다
오다가다 만난 것들끼리는 오던 길 가던 길로
그냥 가면 된다, 그래야만 비로소
너와 나 들꽃이 되는 것이다
달이 부푼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가면
구절초밭 꽃잎들 제 스스로 삭이는 밤은 또 얼마나 깊은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서로 묻지 않으며
다만 그곳에 났으므로 그곳에 있을 뿐, 다행이다
내가 한 계절 끝머리에 핀 꽃이었다면
너 또한 그 모퉁이 핀 꽃이었거늘
그러므로 제목없음은 다행한 일이다
사람만이 제목을 붙이고 제목을 쓰고, 죽음 직전까지
제목 안에서 필사적이다
꽃은 달이 기우는 뜻을 헤아리지 않는다, 만약
인간의 제목들처럼 집요하였더라면 지금쯤
이 밤이 휘영청 서러운 까닭을 알겠는가
꽃대궁마다 꽃피고 꽃지고, 수런수런
밤을 건너는 지금

**********************************
무겁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삶이란 참으로 힘들다.... 애를 쓰며 이름 지으려는 삶이 힘겨워 내려 놓고 싶을때 .... 너와 나는 한낱 우주의 모래알 같은 씨에서 돋아난 이름 없는 들꽃임을 기억하자....



                    답변/관련 쓰기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번호제 목이름작성일조회
140  이런 사람이 좋다 지니2009 09 23770
139  이름뒤에 숨은 것들 지니2009 07 04833
138  푸치니- 토스카 <별은 빛나건만...> 지니2009 05 031436
137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지니2008 04 271587
136  봄날은 간다 지니2008 04 12977

 
처음 이전 다음 목록 쓰기

 

 top